덕수야, 넌 자랑스런 나의 동생이다.


최 재 수 (최덕수열사의 형)

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왜 나의 동생을 불러갔는가? 왜 젊고 뜻있는 수많은 의인들을 불러 외치게 했는가.

오월의 한(恨), 그 핏빛을 따라 나의 동생도 자유와 민주를 외치고 잘못된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로잡고자, 뜻있는 사람들의 자각과 의연한 분발을 외치며 한줌의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오월의 어느날 밤 꿈에 동생이 울고 서 있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에 전화를 해보니 '동생의 분신' 이라는 엄청난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여 조금씩 경과가 좋아지고 있다, 어제부터 물을 조금 먹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허나 가슴 한 구석엔 왠지 석연치 않은 텅빈 공허함만이 감돌았습니다. 가 보아야 하는데 하면서도 갈수 없는 나의 처지와 주변환경이 이때처럼 한심스럽고 답답할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것일까'. 오월 이십육일 아침에 며칠 지난 신문을 뒤적여 보았습니다. 동생에 관한 소식은 없었습니다. 하루종일 허전한 마음으로 일과를 마치고 저녁 늦게서야 퇴근을 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사촌 동생으로부터 덕수의 사망소식을 전해 받았습니다. 새벽 두시경 순천에서 서울행 기차를 타며, 왠지 나의 생(生)이 허전하고 서글퍼졌습니다. 다만, 새벽 공기의 싸늘함만이 나의 멍한 가슴을 달래 주는듯 했습니다. '어제 올라갔으면 동생의 마지막 가는 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을텐데 ‥‥‥.
먹고 사는 일이 그리도 중요한 것이었나, 하루 더 일한다고 빈곤한 직장생활이 펴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기차가 너무 느리고 더디게 달리는 것 같아 괜히 조급했습니다. 왜 나의 동생이 오월 빛고을을 부르짖으며 그것의 부름을 받고 그 길을 따라가야만 했을까요. 그리도 천진하고 귀여운 녀석이 부모 형제의 뜻을 저버리고 먼저가신 오월의 한(恨)과 망월의 피구름을 쫓아 그 먼 길을 떠나가야만 했는가요. 부모 형제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한 채 망월의 흙이 되어 구천에서 민주와 자유를 외치며 한(恨)들과 함께 떠돌아야 하는가요.
어린시절 가난한 살림에 잘해주지는 못했지만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고 이해심 많으며 항상 웃는 얼굴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한 네가 이제는 볼 수 없는 몸이 되다니 이게 누구의 탓이냐, 누구의 잘못이냐, 부모형제의 뜻이 무엇인지 잘 알고있을 덕수야. 우리가족 모두가 너 하나 대학에 보내놓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고 있지? '못배운 한을 너로 인해 풀어보리라, 아니 너에게만은 천대받는 기름냄새, 흙냄새를 맡지 않게 하리라' 던 그 뜻을 정녕 모르진 않았을테지. 덕수야 ! 못난 놈 ! 죽기는 왜 죽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려온 내가 너의 한(恨)을 보는 순간. 나는 이 세상에 무어라 외쳐야 너의 한이 풀릴 수 있을런지 난감할 뿐이었다. 너의 뜻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기에 너의 죽음이 분하고 억울할 따름이다. 외쳐보고 불러봐도 대답없는 사랑하는 동생 덕수야 !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너보다 많은 세월을 생각하고 그 길을 살아온 사람도 많은데 왜 네가 먼저 가야만 했느냐?

단국대에서 5일동안 국민장을 치르며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해 보았습니다. 몇 년 차이도 안되는데 시대간의 격차가 너무 심하여 대화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위로 받으며 현시대의 비리와 부정함을 새삼 확인했을때 동생의 분신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으며 학생들의 행동이 결코 신문이나 방송에서의 보도처럼 지나친 행동만을 일삼고 있지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구석에 짖이겨진 진실과 어둠에 싸여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건들이 비일비재하여 언론의 자유마저 무시되고 국민의 정당한 진리마저 침해당하고 있음에 격분을 느꼈습니다. 어제 보다는 조금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갈길은 너무 멀리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자유 ! 그것이 무엇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는가, 그 자유를 외치며 먼저가신 분들의 뜻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자각해야 합니다. 분발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 민주·자유 그것은 드넓은 망망대해의 편주처럼 의기와 뜻이 투합되고 뭉치지 아니하면 자신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대해를 떠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가신님 망월의 한(恨)이 밝혀 지는날, 그날의 오월의 빛이 발하여 가신님들의 뜻이 성취되고 내 동생의 한(恨)도 풀어지는날, 민주와 자유를 사랑하는 이들의 뜻이 성취되고, 가신님들도 구천에서 떠돌지 아니하고 민족의 횃불되고, 민족의 반석위에 디딤돌로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숨쉴 그날을 위해 우리모두 뭉치고 분발하여야 할 것입니다. 민주라는 태양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그 빛을 더해가며 조금씩 민주주의와 진실을 향해 전진하며 그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우리의 뜻을 하나로 합시다. 자유와 민주를 위해 진실이 항상 대로로 통하는 세상이 될 수 있게 합시다. 그런 노력 끝에라야만 우리의 그날은 올것입니다.

덕수야, 넌 자랑스런 나의 동생이다.

※ 이 글은 열사께서 분신한 해 교지'단국'에 실린 글입니다.